도서

『소년이 온다』의 줄거리, 저자소개 및 느낀점

아인슈타인 2025. 6.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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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개요

『소년이 온다』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참혹한 국가 폭력의 사건으로 기록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그 비극을 살아낸 사람들과 죽음을 넘어서도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2014년 출간된 이 작품은 폭력 앞의 인간성과 기억의 윤리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전개하며, 단지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고통과 그 고통을 말하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 소설은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서 목소리를 잃은 이들의 말을 되찾아주는 문학적 시도다. 주인공 ‘동호’라는 열다섯 소년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에서 그날의 참상이 서술되며, 시체 안치소, 수색작전, 고문실 등 구체적이고 잔혹한 현장이 시적이고 고통스러운 언어로 재현된다.

 

 『소년이 온다』는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다. 사건을 겪은 자의 침묵, 그 침묵을 지켜보는 자의 죄책감, 기억의 윤리와 인간의 존엄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지금 이곳의 독자에게도 끊임없이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 『채식주의자』**의 후속작으로 한강 문학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 책 줄거리

 소설은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열다섯 살 소년 동호. 그는 자신의 친구 정대가 시민군으로 나섰다는 이유로 사라진 후, 도청과 시민병원, 그리고 시체 안치소를 오가며 자원봉사를 한다. 소설은 동호의 시선으로 죽음의 현장을 담담하게 목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여기서 독자는 도청에서 숨진 사람들, 병원에 넘쳐나는 시체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모습 등을 생생하게 마주하게 된다.

 

 동호는 소설 초반부에서 시체들을 씻기고 정리하며, “이것은 누군가의 오빠,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친구였을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시신들을 대한다. 그는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 노력하는 순수한 존재이며, 이 소년의 존재는 작품 전체에서 잃어버린 순수성과 상실의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하지만 곧 동호는 계엄군에게 체포되어 무자비한 폭행과 고문을 당하고, 결국 총살당한다. 그는 생존자가 아닌 ‘죽은 자’가 되어 소설의 내레이션을 이어간다. 그의 목소리는 현실 너머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게 말을 건다. 여기서부터 소설은 동호를 기억하는 사람들, 즉 살아남았으나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자들의 시점으로 이동한다.

 

 소설의 말미,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말해지지 않는 고통, 그리고 그 고통을 ‘기억하려는 자의 의지’**다. 동호는 이미 죽었지만,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자들로 인해 계속해서 ‘온다’. 그렇게 소년은 "말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의 표상으로, 독자에게 강렬하게 다가온다.

 

🧔 작가 소개

한강(1970~)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현대문학 작가이자, 고통과 인간성, 기억과 침묵의 경계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녀는 1993년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한 뒤, 소설가로 전향하며 『여수의 사랑』,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인간 내면의 어둠과 빛을 파고드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한강의 문학은 외상(트라우마), 폭력, 소외, 사랑, 침묵,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를 시적인 언어와 미학적 구성으로 풀어낸다. 그녀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는 한국인 최초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한강은 고통에 대한 가장 조용하고 치열한 문학적 저항을 선보였다.

 

 한강은 작가이자 교사이자 문학적 실천가로서, 글쓰기의 윤리에 깊이 천착해왔다. 그는 문학을 현실과 단절된 상징이 아니라, 현실의 상처를 응시하고 기록하는 도구로 삼으며, 단지 아름답거나 감동적인 이야기보다 불편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진실을 말하는 데 힘써왔다.

 

 『소년이 온다』는 그녀의 이러한 윤리적 시도가 가장 강력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한강은 인터뷰에서 “그날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 여전히 불리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는 아직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으며, 이는 그녀의 작가적 신념을 보여준다.

 

 한강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여러 문예지에서 활동하다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문단에서 입지를 굳혔다. 그녀는 문학동네 작가상,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오늘날 가장 신뢰받는 문학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책을 읽고 느낀 점

『소년이 온다』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책장을 넘기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말해지지 못한 시간들을 들어주는 일이었고, 죽은 자들이 건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고통의 체험이었다. 처음 몇 장을 넘기며 나는 이미 책의 언어가 다른 차원의 리듬과 감각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말은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울부짖음이 있었다.

 

 주인공 동호는 단지 한 소년이 아니다. 그는 ‘죽음 그 자체가 되어 살아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오는 존재’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 맑고 단순해서 오히려 더 비극적이었다. "죽음은 한 번이면 족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일은 평생의 몫이다"라는 문장처럼, 한강은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그 소년의 부름에 응답해야 하는 자임을 알려준다.

 

 읽으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점은, 이 소설이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현실보다도 더 현실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무고한 이들이 쓰러져가고, 고문당하며, 사라지고, 기억조차 되지 않는 장면들이 반복될 때마다, 나는 책을 덮고 심호흡을 해야 했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이 이 책의 존재 이유였다.

 

 한강은 감정적으로 호소하지 않는다. 분노하지도 않고, 함부로 동정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침묵 속의 진실을 담담한 문장으로 기록할 뿐이다. 그 문장들이 오히려 더 큰 감정의 폭발로 다가온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이 얼마나 윤리적인 일인지, 그리고 기억하지 않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절감했다.

 

『소년이 온다』는 오늘의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광주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광주의 5월을 기억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그것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윤리이자 미래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학이란 결국 말하지 못한 것들을 대신 말하는 작업이며, 이 소설은 그 사명을 가장 아름답고 처절하게 수행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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